용두사미의 끝을 보여준 흑기사 결말 마지막회

Posted by YOOM06
2018. 2. 9. 16:06 Drama & Movie/종영드라마 2018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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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의 끝을 보여준 흑기사 결말 마지막회

 

첫회 시청률 6.9%로 출발한 KBS수목드라마 <흑기사>는 5회 만에 두자릿수 시청률 10.4%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수호, 혜라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함께 서린(샤론), 베키(장백희), 분이(정해라), 이명소(문수호)가 전생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

 

또한 초반 해외 로케 촬영 비중이 높았던 터라 아름다운 영상미는 물론 두 사람의 풋풋하고 설렘 가득한 재회 과정을 섬세하게 그리면서 시청자들을 두 사람의 멜로에 푹 빠지게 만들었다. 덕분에 수목극 1위라는 영광을 누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8회 최고 기록을 찍었던 시청률은 9회에서 곤두박질쳤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작가의 필력이 바닥나면서 지지부진한 전개가 계속됐다. 별다른 이야기 진행없이 똑같은 이야기가 반복되고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은 지쳐갔고, 결국 하나 둘 다른 작품으로 떠났다. 그럼에도 꿋꿋이 곁을 지켰던 시청자들 덕분에 8~9% 시청률은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흑기사 결말은 힘겹게 의리를 지킨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후려친 격이라 할 수 있다. 설마 설마했던 예상이 역시나가 됐던 것.

여기서 김인영 작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메리대구 공방전>, <태양의 여자>까지 신파적 요소는 있었지만 드라마는 재밌었다. 메리대구 공방전은 참 신선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기대를 가지고 봤던 <남자가 사랑할 때>는 참 많이 실망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흑기사>가 그때를 답습한 모습이다. 신기하게도 주제나 줄거리도 매우 흡사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 흑기사는 이 작품 그대로에 판타지적 요소만 뿌린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현재는 남여주인공이 사랑이 한결같다지만, 이전 작품에서는 왜 여자주인공이 남자주인공을 사랑하지 않는지 이해되지 않았을 뿐, 남자주인공은 여자주인공에 대해 참 한결같은 사랑을 보여줬다.

 

흑기사가 시청자들의 반감을 산 또 다른 이유로는 뒤바뀐 주인공이라 할 수 있겠다. 아무리 요즘 악역이 사랑받는 시대라지만 주인공과 악역의 비중이 정도가 지나치게 뒤바꼈던 것. 옆동네 리턴도 비슷한 상황을 겪다 결국 여주인공 배역 교체라는 파행을 맞이했는데 흑기사는 그런 점에서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드라마 흑기사 마지막회를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위험한 운명을 받아들이는 순정파 남자의 이야기"란 뜻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해라로 인해 죽지 않는 존재가 된 문수호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끝까지 해라를 사랑한다. 그러나 너무나 개연성 없고 그 누구도 원치 않았던 흑기사 결말이지 않나 싶다.

 

서린, 장백희와 같이 죽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린 문수호. 서린은 그가 자신과 같은 괴물이 됐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끝까지 자신의 죄를 1도 뉘우치치 않는 샤론의 모습에 기가 찼지만 아무튼 문수호는 그렇게 불로불사의 길을 걷게 됐다. 그런데 애초에 아무런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왜 그는 형벌을 받게 됐을까. 사랑하는 여인이 늙고 죽는 모습을 옆에서 온전히 지켜봐야 한다는 것과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 홀로 늙어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은 두 사람 모두에게 고통이었을 터. 왜 사랑만 한 두 사람에게 이런 형벌이 내려졌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흑기사 결말.

그럼에도 리턴이 결방하면서 20회 시청률은 13.9%로 큰 폭으로 상승하며 종영했다. 제작진과 작가들은 경쟁작이 마침 결방한 것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판타지 로맨스를 표방하고 있는 이 드라마의 가장 핵심이며 개연성의 기초가 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전생과 불로불사의 형벌 이야기다. 앞서 언급했지만 죄를 짓고 괴물같은 존재가 된 서린과 장백희와는 달리 문수호는 해라는 무슨 죄를 지었다고 가장 끔찍한 벌을 받게 된 것인지.. 다만 수호가 불로불사의 존재가 된 것에는 분이의 염원이 깃든 반지를 녹여 만든 은장도에 찔렸다는 것 그 이유 단 하나이다. 극중에서는 분이의 기도로 인해 칼에 찔린 문수호가 죽지 않고 살았다고 하던데, 아무튼 그 사건을 계기로 문수호는 더이상 늙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수호가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아 오려면 해라와 멀리 떨어져야만 한다는 것. 아니 지금껏 사랑 하나 때문에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이제와서 헤어져야지만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니 이게 말인지.. 여러 죄를 지었던 샤론은 수호와 해라가 샤론이 만든 옷을 태우지 불에 타 소멸해버렸다.

 

불로불사의 존재가 되고 그게 해결되는 과정의 개연성은 작가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나보다. 슬로베니아 장면을 보니 이미 흑기사 마지막회 내용을 확정짓고 작품을 집필한 듯한데 이러한 스토리를 납득하고 제작한 제작진들도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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